2020년대 초반 팬데믹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전례 없는 ‘고금리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각각의 경제 구조와 통화정책에 따라 상이한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정책을 비교하고, 그로 인한 시장 반응 및 향후 전망까지 짚어보며 고금리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통찰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정책 방향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팬데믹 이후 급증한 소비와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2022년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습니다. 2025년 4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0% 수준으로, 이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2% 목표 달성’이라는 명확한 기준 아래, 물가 상승률이 진정되지 않는 한 금리를 쉽게 내리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고금리를 일정 기간 유지할 것"이라며 시장의 조기 인하 기대에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 경제는 내수 비중이 높고, 달러 기축통화국이라는 점에서 금리 인상이 가져오는 충격을 비교적 버텨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장기화되며 기업 투자 위축과 가계 부채 부담 증가, 상업용 부동산 부실화 등의 문제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어 연준의 정책 변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금리 정책과 구조적 한계
한국은행은 미국보다 더 조심스러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는 2024년 1월 이후 계속해서 3.50%로 동결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과 민감도에 따른 전략적 판단입니다.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설 만큼 심각한 수준이며, 부동산 시장 의존도도 높습니다. 금리가 소폭만 올라가도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보다는 현 수준의 고금리 유지 및 향후 인하 여지 확보 쪽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미국과 같은 강달러 기조가 지속될 경우 원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등 복합적인 압박을 받습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환율 방어, 경기 둔화 방지 등 다면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에 단순한 금리 인상보다는 균형 잡힌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시장 반응과 향후 금리 전망
2025년 상반기 현재, 미국과 한국 모두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점차 '금리 인하 전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제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준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이나, 경기 둔화 지표가 점점 누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비지표, 제조업지수, 고용 증가율 등이 모두 둔화되고 있으며 이는 정책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물가가 3% 초반 수준까지 안정되고, 부동산 시장도 다소 진정된 양상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더 큽니다. 이미 일부 시중은행은 예금 금리를 낮추며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에너지 가격 불안정, 미 대선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양국 모두 조기 인하는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금리 인하가 성급하게 이뤄질 경우 다시 물가가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지난 수년간의 긴축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향후 금리 정책은 단순히 인플레이션 수치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률, 소비 심리, 외환시장 안정성 등 다각적인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금리 시대에 미국과 한국은 서로 다른 경제 체질과 정책 목표에 따라 상이한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방점을 두고 공격적 긴축을 시행하고 있고, 한국은 가계부채 및 경기 민감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금리 정책은 물가뿐 아니라 경기와 외환시장 안정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투자자나 소비자는 단순한 수치보다 거시적 흐름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